Rocket

Guardians of the Galaxy

$ 5.00

Face

The A-Team

$ 8.90

Adam

Bur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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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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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 Question, Click >





평일엔 오전부터 자정 전까지, 주말엔 새벽까지 상당히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어 바쁘지만 않으면 언제든 쫄랑쫄랑 반겨 주러 올 수 있는 성인 여성입니다. 오시는 분께서도 같은 성인 여성 분이셨으면 해요.

원칙에 가까운 맞춤법 및 띄어쓰기를 구사하고, 점 개수는 오시는 분께 맞출게요. 대화체를 위주로 괄호는 종결형 단문부터 중장문까지 열고 닫아요. 메시지나 전화 이모지까지는 OK. 물결과 하이픈은 지양합니다.

오픈 채팅과 트위터에서 함께하고 싶어요. 캐입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의 일상이 가미된 대화, 서사 기반의 대화 모두 좋아요. 계정은 만들어 드릴 수 있고, 만들어 오셔도 좋습니다. 바이오 변경이나 독백, 영어 및 불어 사용, 미디어 사용, 멘션 등 트위터 계정 스킬풀하게 사용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을 듯 합니다. 저 역시 마음 비워지는 일 없이 심심하지 않게 해드릴게요.

다른 부가적인 사항은 첨부된 사진 참고해 주시면 좋겠고, 궁금하신 점은 애스크로 문의 주시면 답변 드리겠습니다. 오실 때 아래 링크된 필수 문서 지참해 주세요.

그 잘생긴 얼굴에 감히 영원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진심이니, 오래도록 사랑 받아 주세요.


Rocket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 되어 있습니다.



퀼을 지구에 데려다 주고 노웨어로 돌아온 로켓은 함선에 남아 있던 틸의 하이 에볼루셔너리 기록 장치 속, 자신의 킬 스위치를 포함한 수많은 정보들을 훑어 보다가 한 가지 가능성과 마주하게 된다.

만약… 인간이 될 수 있다면?

이미 한 번의 진화와 신체 개조를 거친 제게도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토끼, 강아지, 열등 생물 같은 말 대신 인격체로서 존중 받을 수 있다면. 인간이 되어 비교적 짧은 라쿤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면. 이제 가족이나 다름 없는 머저리들과 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다면. 하나의 실마리, 하나의 희망이 로켓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테란과 스타 칠드런의 DNA를 토대로 연구를 시작해 기계를 제작하는 기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으나, 동물이나 다른 종족들로 실험을 거쳤다간 하이 에볼루셔너리와 다를 바 없는 영 밥맛인 놈이 될 것 같아 저의 머리와 이론을 최대한 믿기로 했다.
이론상의 기계는 완벽 그 자체였고, 가디언즈 일을 수행하려면 연설 한 번 기가 막히게 했던 그 테란처럼 되는 게 여러모로 좋을 테니 일전에 훔쳐 온 혈청도 활성화 될 수 있게 기능을 추가했다. 이제는 들어가는 일만 남았는데….

혹시 모를 실패를 대비해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주는 버튼까지 만들어 놓았음에도 기계 앞에만 서면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 이제 이 거지 같은 너구리 모습도 끝이다. 끝인데…. 아이 엠 그루트. 알아, 인마. 나에게 실패란 없어. 머저리 같은 놈들 때문에 실패할 뻔한 적은 수없이 많았어도 어떻게든 성공하는 게 내 계획이고, 그게 내 능력이니까. 결심이 선 듯 크게 심호흡한 로켓은, 기계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동시에 버튼을 눌렀다.

로켓의 비명 소리와 함께 기계가 작동하는 동안, 노웨어에 무지개 빛의 다리가 로켓의 방 지붕을 뚫고 내려온다. 마치 좌표라도 설정된 것처럼.

•••

바이프로스트 설명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관광 겸 공부 목적으로 방학 동안 머물려던 계획을 세우고 뉴 아스가르드에 도착한 아이린은, 숙소에 캐리어를 내려 놓자마자 바이프로스트 연구소로 향한다. 연구소 한 가운데에 자리한 바이프로스트에 아무렇게나 좌표를 설정하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곧장 작동할 것 같은 전설의 장치 구석구석을 살펴 보고 있었다.
열쇠와 같은 헤임달의 검이나, 오딘의 궁니르, 토르의 스톰 브레이커가 아니면 바이프로스트는 절대 작동하지 않아요. 그럼 다음 장소로 넘어가 볼까요? 큐레이터의 목소리 뒤로 사람들의 발소리가 이어지고, 그들의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데도 아이린은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 작동할 일 없다고 하니까 만져 보기라도 해 볼까?
인간은 호기심 때문에 무너진다고 하던가. 웅웅 울려대는 기계에 손을 대는 순간. 무지개 빛이 아이린의 온몸을 감싸며 다리가 이어지고, 이거 작동 안 한다면서요! 비명과도 같은 아이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곧 폭발할 것처럼 연기를 내던 기계 사이로 기침 소리와, 건장한 남성의 인영이 보인다. 열리는 문 밖으로 나온 건 털에 뒤덮인 조그만한 손이 아닌, 다섯 개로 갈라진 커다랗고 매끈한 인간의 손. 여러 개로 겹쳐 보이는 주변에 눈을 깜빡이자 곧 선명해진다. 모든 수치 정상. 성공을 알리는 초록색이 여러 개의 스크린에 활성화 되어 있는 동시에 평소와는 다른 몸의 상태와 변형된 손으로 얼굴을 매만지던 로켓은 확신한다. 인간이 됐어.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그루트를 불러 보지만 익숙한 소리가 들리지 않아 바닥을 기어 연기에서 벗어나자, 처음 보는 여자애가 저와 같은 자세로 엎어진 채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곧 울겠는데.

“… 넌 뭐야?”

”여기… 어디죠, 대체?“

기계에 부작용이 있었나? 아니, 저 미친 천장은 왜 뚫려 있어? 방 꼬라지는 왜 이렇고?

“그쪽은 왜 다 벗고 있는 거예요?!“

”뭐? … 야! 그만 보고 일어나!“

“일어나면 더 잘 보이잖아요!”

“그럼 뒤돌아 있으면 되잖아, 이 여자야!”

“아.”

•••

테란이 되자마자 본 게 지구에서 작동된 바이프로스트로 우주를 날아온 테란이라니. 퀼이 말하던 영화적인 스토리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군. 적당히 투여한 혈청 덕에 크레글린보다 크고 듬직한 체형이 된 건 만족스럽지만, 이 시퍼래진 눈은 아직 적응이 안 된단 말이지. 되는 대로 퀼이 남기고 간 옷을 걸치고 거울을 살펴 보던 로켓은 멘탈이 거의 아웃 되어 있는 여자애를 힐끔 바라본다. 어차피 지구 정도는 금방 데려다 주니까 상관 없겠지만… 멤버들이 흩어지고, 식량 조달이니 행성 구조니 여러가지 이유로 노웨어에 남아 있는 함선이 없다는 게 문제지. 함선들이 돌아오면 지구로 보내 주겠다는 약속을 한 뒤, 순식간에 미지의 세계로 건너 온 그녀를 인간이 된 도리로 달래 주기 위해 로켓은 노웨어 투어를 결심한다.
거기, 인간. 너 이름이 뭐야.

•••

망할 함선들이 왜 안 돌아오는 거야? 뭐, 고장이 나? 로켓이 테란이 되고, 아이린이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매일을 꼬박 붙어 있다 보니 로켓은 테란인 아이린의 상태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녀와 마주 보고, 저를 보며 즐거워 할 때마다 부작용이라도 생긴 것처럼 머리가 살짝 어지럽고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평소에도 이렇다면 정말 테란화에 부작용이 생겼겠거니 고쳐 볼 생각이라도 할 텐데, 빌어먹게도 아이린과 단 둘이 있을 때만 심장이 뛰다 못해 토할 것 같다. 도대체 뭔데. 이 감정이 뭐길래… 왜 지구에 보내려는 생각만 하면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거야. 아이린은 지구에 가야만 한다고.

Irene >

Irene Goldstein (20)

NYU Electrical Engineering
뉴욕 대학교 전기 공학 전공

뉴욕 태생, 165cm, 갈색 자연 곱슬 머리, 올리브 색 눈.
길게 늘어지는 머리카락이 번거로워 포니테일을 주로 하기 때문에 애플 워치가 채워진 손목에 늘 머리끈을 달고 다닌다.

2012년 치타우리 뉴욕 침공 당시, 홀로 밖에 나와 한 차례 죽을 위기에 처해졌던 아이린은 아스가르드의 천둥의 신 토르에게 도움을 받아 구조된다. 발레리나가 꿈이었던 요만한 아이는 이후 아스가르드인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별안간 천문학자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MIT, 컬럼비아, 예일 천문학과를 모두 떨어지고 차선책이었던 뉴욕대 전기공학과에 합격하고 만다. 타노스에 의해 전 가족이 블립 되었다가 돌아오고 나서 나름대로의 인생 설계를 해놓았던 아이린이었기에 이 마저도 다른 루트로 통하는 기회인 것과 더불어 학교가 집과 가까우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대학 합격 소식을 전해 주자마자 부모님이 와인 농장을 차리고 싶다며 미주리로 떠난 건 예상하지 못했지만.

열 살 위의 오빠는 매사추세츠 병원에 근무하고 있어 올 일이 없고, 부모님은 미주리로 이사를 간 바람에 뉴욕에 홀로 남게 된 아이린. 다행히 본가를 정리하며 브루클린에 아파트는 구해 주고 간 부모님 덕에 누울 자리는 넉넉했다. 그리고 성인이 되자마자 부모님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오히려 행운 아닌가? 매사 즉흥적이고 긍정적인 가족들이 있다는 것은 아이린도 마찬가지라는 것. 그렇게 아이린의 해피 뉴욕 라이프가 시작되는 줄 알았으나, 쏟아지는 과제와 시험들로 아이린과 새로 사귄 친구들의 얼굴에 잔뜩 그늘이 지기 직전 성적표와 함께 여름 방학이 찾아왔다.

마침 방학 기간 동안 뉴 아스가르드에서 바이프로스트 설명회와 관련 행사들이 열린다는 소식에 아이린은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노르웨이에 잠깐 다녀오겠다며 메시지를 남겼고, 도착 당일 3 시간 뒤 캐리어만 남기고 사라지게 된다.

< Rocket

Face

모처럼의 휴가를 받은 페이스는 짧은 고민 끝에 이탈리아행 티켓을 끊었다. 주변에서 빗발치던 총성과 비명 소리, 무전의 소음들이 생각보다 영향이 컸던 건지 이번 휴가만큼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뭐, 막상 가 보니 지루해서 받은 휴가도 반납하고 돌아올지 모르지만… 너도 이탈리아로 갈 거라고? 머독, 헛소리 말고 미국에 있어. 날 너무 좋아해도 정도가 있는 거라고.

존경하는 대장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며 오로지 계획대로만 움직이던-물론, 늘 그렇지만은 않았다.- 때에서 잠시간 벗어난 페이스의 휴가 계획은 호텔 체크인까지가 마지막 챕터였다. 체크인 이후엔 아마, 수영도 하고 선 베드에서 일광욕도 하다가 저녁이나 먹겠지. 여자 한 명 꼬셔지면 더할 나위 없겠고. 대충 머릿속으로 리스트를 작성해 나가며 체크인 시간이 꽤 지나 한산한 호텔 프론트로 향하던 페이스는, 한 여자와 프론트 앞에 나란히 서게 된다.
얼굴 훌륭하고, 몸매는 말할 것도 없고. 직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척, 데스크에 기댄 채 스캔을 마친 페이스의 선글라스 너머로 체크인을 마치고 돌아서는 여자와 시선이 부딪힌다. 호선을 그리는 입술과 함께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까지 좋을 줄은. 프론트 직원이 키를 건넬 때까지, 페이스는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말이라도 걸어 볼 걸 그랬나.

이후 엘리베이터에서도 마주친 그녀는, 저녁 약속이라도 있는지 더욱 화려해진 모습이었다. 순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아주 짧은 만남으로도 남겨진 서로에 대한 기억이 다시 한 번 반가움의 표시를 건넨다. 아마 오늘의 만남은, 지금이 마지막일 거란 생각이 들었으나 섣불리 말을 걸 수 없었다. 애꿎은 엘리베이터의 바를 소리나지 않게 두드렸다. 타깃이 아닌 여자에게 접근하면서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위험을 감지한 직감보다는, 탐색을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질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소매를 잡아 볼까, 올해 들어 최고로 신중했던 고민은 결국 문이 열리면서 비행기 모양으로 고이 접혀 날아가고 말았다. 호텔 밖으로 벗어나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워. 아쉬운 게 아니라, 아까워.

•••

이탈리아에서의 첫날 밤은, 물 탄 맥주처럼 밍숭맹숭하게 끝이 났다. 답지 않게 머뭇거리던 저의 손만 밤새 노려봤을 뿐이다. 찰나의 인연에 연연않던 저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 템, 첫눈에 반하기라도 한 거야? 내가 아직 그런 걸 할 수 있었단 말인가. 첫눈에 반한 연기를 너무 많이 했나. 세수를 마친 뒤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고서 30 분 남짓한 조식 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으로 향한 페이스는, 영화적 스위치에 불과한 운명론을 한 번 믿어 보기로 결심한다. 저 여자, 왜 또 혼자야?

혼자 왔냐는 직원의 물음에 고개를 저어대며 테이블에 홀로 앉아 빵에 버터를 바르고 있는 여자를 가리키자, 직원의 고개가 아무 의심 없이 끄덕여진다. 커피 잔을 들고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앉는 남자를 여자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더니, 아직 기억에 남아 있는 남자의 뻔뻔한 얼굴과 마주해 실소를 흘린다.

“어제부터 혼자 있던데, 경호원 필요 없어요?”
“네.”
“그럼 파트너는?”
“혼자 왔어요?”
“불행하게도.”
“… 나랑 친구 결혼식에 같이 가 줄래요?”
“오늘 자기 일정이 그게 다인가? 같이 가 주는 대신 나랑 데이트하는 건 어때요.”
“거절할 줄 알았는데.”
“당신 보려고 여기 앉은 남자가 거절하기 힘든 제안인 거 알지 않나?“

자신의 제안보다도 거절하기 힘든 얼굴을 가진 남자가 남자 친구 행세를 해 주겠다니. 친구의 결혼식만을 위해 방문한 이탈리아에서 꽤나 큰 수확을 하게된 아이린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준비했다던 수트를 입고 로비로 내려온 남자의 앞에 섰다.

“그래서, 이름이 어떻게 돼요? 남자 친구 이름도 모르는 매정한 여자 친구는 되고 싶지 않아서.”
”템플턴, 펙. 페이스라고 불러도 되고요.”
“미들 네임이 페이스이진 않겠고… 군인?”
“얼굴 때문에 단번에 아는 사람은 드문데. 가족 중에 군인이라도 있어요? 그쪽 이름은?“
”음… 네, 있어요. 아이린 골드스틴.“

결혼식에서도 이후 이어진 데이트에서도 베드 인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순조로웠다. 비워진 탄창에 넣어보려 아무렇게나 집은 총알이 딱 맞춰 들어갈 때와 비슷한. 하지만 이튿 날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이린 덕분에 페이스에게 남은 건 그녀와 바에서 나눈 짧은 키스와, 번호가 적힌 쪽지 뿐이었다.

혼자가 되자 순식간에 지루함을 느낀 페이스가 부대에 복귀하고, 휴가는 어땠냐고 묻는 머독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우연히 만난 여자 얘기를 꺼냈다. 그러니까… 난 이 여자한테 운명을 느낀 걸지도 몰라. 내가 미쳤나? 물론 진짜 미친 놈 앞에서 주름 잡아 봐야 정상인이지만. 사진이라도 보여 달라는 말에 갤러리를 뒤지지 않아도 최상단에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여 주자, 생각지도 못한 발언이 머독의 입에서 나왔다. 나 이 여자 알아. 참모총장 딸이잖아.

”무슨 소리야?“
”작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봤었잖아. 사진도 같이 찍었을걸? 단체 사진이지만.“

Adam

미슐랭 3 스타를 획득한 이후, 일생일대의 목표를 이뤄낸 아담은 삶의 여유를 다시 찾아 보려 했다. 그러니까 술과 마약에 절어 살던 여유로운 때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평범하게 갖는 여유. 요리가 전부였던 삶에 일상 두 글자를 넣어 보려고 하던 찰나, 그녀가 런던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의 오빠 토니에게서.

아담, 아이린이 파리에 있는 호텔을 물려 받기로 했어. 한동안 내 호텔에 머물면서 교육을 받을 거야. … 레스토랑 운영까지. 괜찮지?

스승의 딸과도 사랑을 나누던 아담에게 있어 아이린은 마지막 양심과도 같았다. 다른 친구도 아닌 토니의 동생에게까지 손을 뻗어선 안 됐을 거니까. 그때의 나는 밑바닥의 밑바닥까지 가 있었으니. 예쁘고, 토니를 닮았고, 뭐가 어쨌든 간에 아이린은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아이린에게 마음이 향한 상상만 해도 쓰레기가 된 기분마저 들었고… 파리에서 도망치며 아이린에 대한 관심과 앤을 만나기 전 아주 작게 돋았을 마음까지 함께 두고 왔다, 고 생각했다.

오랜만이에요, 아담. 우리는… 4 년만인가? 잘 지냈어요?

덤덤한 척 팔짱을 낀 채 내밀어지는 손을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 참, 여자 끊었다고 단언하고 다닌 것도 우습게 됐군. 저보다 한참이나 작은 손을 맞잡는다.

토니, 무슨 생각으로 내 방 맞은편에 아이린을 집어넣은 건지 모르겠는데. 문을 열 때마다 마주치는 아이린에게 습관처럼 아침은 먹었는지 묻는 제 입을 꿰매 버리고 싶었으나, 같이 먹을까요? 되묻는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은 맞은편 문이 열리는 소리에 맞춰 문을 열기도 했다. 함께 올라탄 엘리베이터에서는, 저녁에 뭐하냐는 말도 이제는 서슴없이 하는 중이고. 토니가 알면 호텔이 꺼져라 한숨이나 쉬겠지만. 토니, 네가 우리를 좀 봐줘. 아이린도 나에게 마음이 있어. 그리고 굴러 들어온 보석을 걷어차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지.

Richard

Richard Spencer (33)

미국 국방정보국 수석 요원 / 185cm

아이린의 오빠인 다니엘 골드스틴과 한날한시 같은 병원에서 태어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친구. 문만 열어도 시선이 집중되는 외모와 피지컬을 보유했으나, 본인 주장으로는 눈에 띄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니엘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소리다.

밖에선 입을 지나치게 다물고 있는 게 문제인 다니엘 옆에 있으면서 정말 나름대로 얌전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언제나 여자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오고 가는 사람들 막지 않는 성격 때문에도 그랬고, 몸에 밴 다정함 때문에 젠틀해 보여도 막상 사귀어 보면 얼굴과 몸만 만점짜리인 남자 친구였다는 거다. (R: 그거면 됐잖아?)

숨만 쉬어도 관심과 사랑을 주는 사람들 덕분에, 본인에 대한 자존감은 이미 천장을 뚫어 애정을 공유하는 관계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잘 하지 않았다. 오래 보던 사이도 아니고, 얘 아니어도 다른 사람 만나면 되니까. ... 이 생각 때문에 서른셋인 지금, 쓰레기 타이틀을 머리 위에 단 채 모든 연애가 재미없어진 게 문제라면 문제다.

눈썹 휘날리게 바쁜 업무가 겹치면서 끊긴 연애 기간이 어언 1 년째, 어쩌다 이렇게 됐나 고민하기 시작한 리처드는 그 끝에 다니엘의 동생 아이린이 남게 되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니엘이 아끼는 동생이라는 이유로 그를 따라 아이린을 감싸고 돌던 리처드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은, 연애를 할 때마다 얘는 반응이 아이린보다 재미없네. 웃는 게 아이린보다 덜 예쁜 것 같고. 아이린보다... 그의 엑스들이 머릿속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 땅에 묻혔을 생각들을 했던 것. 연애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알고 있는 동생이 더 재미있어서 그런 줄 알았지. 연애하고 싶은 애랑 아무렇지 않게 단 둘이 밥 먹고, 집에 드나들고, 소파에 나란히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영화 볼 수 있었겠냐고.

워싱턴에서도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함께 했던 순간들을 돌아 봤을 때, 그 전부가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좋았다면. 이건 기회 아닌가.
당장 금요일에 있는 저녁 약속이 떠오르자, 스케줄에 백화점을 끼워 넣을 자리를 찾는다. 옷이라도 사야 되겠어서.

얘는 내 얼굴보다는 옷 잘 입었을 때 반응이 좋더라고. 몸이 더 취향인가. 만날 때마다 면도하라고 구박이나 하고.

사람이 자각을 하고 나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야속하기 짝이 없다. 별 수 있나, 정 안 되면 날 고쳐 쓸 수 있는 건 너 뿐이니까 책임지라고 해야지.

•••

눈에 띄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던 그의 발언은 진심이었다. 관심 받는 게 좋았으면 펜타곤에 있지 않고 진작 할리우드로 갔을 테니까.

어릴 적부터 잘난 외형 때문에 괜한 사람들의 주목까지 모조리 받아버린 것이 자존감 형성에는 꽤 좋은 일이었지만, 인간 관계에 쉽게 싫증을 느끼게 만들었고 관심을 받기 싫어 고등학교 시절 미식축구 팀에서도 쿼터백이 아닌 와이드 리시버를 맡았다. 미식축구를 안 하는 게 더 도움이 됐을 텐데. 아무튼, 신은 리처드에게 좋은 것들을 모조리 넣고 정성스럽게 빚어 세상에 내놓았는지 두뇌와 신체 면에서도 부족한 것이 없었다. 다니엘과 나란히 아이비리그에 진학할 줄 알았던 리처드가 별안간 웨스트 포인트에 입교한 건 의외의 결정이었지만.

졸업 후 5 년간의 복무를 채우자마자 국방정보국에 스카우트 되어 현재는 수석 요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용히 살고 싶다는 명목 하에 신원까지 숨길 수 있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 이 사실을 아는 건 다니엘과 부모님 뿐이었으나... 아이린에게 들키고 말았다. 전역하고 뭐 하냐길래 메이저 항공사 다닌다고 둘러댔는데, 임무 장소였던 호텔에서 마주칠 건 뭐야. 어느 항공사 직원이 소음기 단 총을 들고 다니냐고. 하지만 실수는 수습하면 된다. 기밀 사항이어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한 거라고 하면 넘어가 주겠지.

Irene >

Irene Goldstein (28)

백악관 비서실 행정 보좌관 / 170cm

다 좋은데, 예쁘고 쫑알쫑알 말 많은 딸아이 한 명만 내려 달라는 엄마의 바람대로 다니엘이 다섯 살이 되는 해 아이린이 태어났다.
매사 덤덤하고 쉽게 자극을 받지 않는 오빠에 비해 감정도, 표정도 풍부해 어릴 적부터 놀리는 맛이 상당했고, 그 덕에 다니엘의 영화 같은 소울... 메이트 리처드의 관심을 빠짐없이 받아 오빠가 둘인 막내처럼 자랐다.

고등학생 때 다니엘 대신 저를 데리러 온 리처드를 보고 남자 친구냐는 쓸데없는 관심마저 받으며 살아 왔지만, 정말이지 가족 같았던 리키에게(애칭으로 부르면 별로 안 좋아하더라. 애한테 애처럼 불리는 것 같다고.) 연애 감정을 느껴 본 적은... 상상조차 안 해 봤다면 그건 거짓말이지. 리처드 같은 남자가 어디 흔한가. 학창 시절 내내 다니엘과 리처드 수준의 남자는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상상을 실천에 옮기지 않았던 건, 리처드가 저를 연애 대상으로서 생각하지 않는 게 느껴지기도 했고 지금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스스럼없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단 둘이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는 것이.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요즘 리처드의 행동들이 꼭 플러팅 같아 혼란스럽다. 익숙하게 기대오던 것도 끊긴 지 오래. 나무 털면 떨어지는 열매의 수보다 사귄 여자가 많다던(다니엘 발 정보.) 리처드의 말로는 사귀기 전부터 하면 설레는 맛이 덜하지 않느냐고. 사귄다고 한 적도 없는데 아메리카노 시원하게 말아 먹는 소리나 하고 있다. ... 뭐, 만나러 온다고 완벽히 꾸민 모습으로 회사 앞에 차 대 놓고 기다리고 있는 게 싫지는 않다. 잘생긴 얼굴에 너무나 약한 탓이지.

•••

원래 형제 중에 우등생이 있다면 한 명은 꼭 구멍이 된다던데, 다행히 골드스틴 가에는 문제아가 없었다.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들어간 곳은 백악관 비서실. 먼지 나게 바쁜 건 비서실장이지, 행정 보좌관은 페이퍼 작업이 대부분이라 워라밸 보장이 톡톡하단 말씀. 휴가 사용도 생각보다 자유로워 오랜만에 친구와 놀려고 호텔을 예약 했는데, 그곳에서 리처드와 마주쳤다. ... 항공사 직원이 방탄 조끼 차고 총 들고 다닐 일이 뭐가 있을까. 그것도 특수부대랑. 일 끝나고 설명하겠다니 기다려 보려고 한다.


Daniel Goldstein (33)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모든 일에 섬세하고 끓는 점이 높아 덤덤한 성격. 참을성도 많다. 사람 자체가 섬세함을 제외하고 리처드와 반대되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지만 원래 정반대인 성격이 잘 맞는다고들 하지 않나. 리처드가 옆에서 무슨 짓을 해도 그저 그렇게 살라는 표정만 지어 주고 넘어가 줘서 그런지, 33 년 동안 우정 전선에 이상이 없었다. 생일이 같아 매년 만나는 그의 가족들과도.

동생 아이린을 대하는 것에서도, 표현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줬기 때문에 아이린이 의지하는 것을 봐서는 꽤 좋은 오빠 노릇을 하고 있다고 생각 중이다.

가족들 중에서 제일 바쁜 건 나 아니면 리처드 저 놈일 텐데.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아이린이 뭘 좋아하냐며 연락을 해 온다. 같은 워싱턴에 있으면서 왜 나한테 묻는 건지. 얘가 드디어 만날 여자가 없어서 내 동생을 건드리나 싶지만, 아이린이 싫어하지만 않으면 나름 찬성이다. 리처드 놈의 연애 사정 따위 이젠 듣고 싶지도 않아서.

< Richard